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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 밤, 연등회

예삐킴 2025. 4. 14. 13:00

전통과 빛이 어우러지는 마음의 축제

서울의 4월과 5월 사이, 도심이 수천 개의 등(燈)으로 물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연등회(燃燈會),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불교문화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종교행사를 넘어, "문화재청이 지정한 국가무형문화재(제122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성과 예술성, 대중성을 고루 갖춘 문화유산입니다.

2025년 연등회도 어김없이 서울에서 성대하게 개최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올해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볼거리와 체험이 기다리고 있는지, 지금부터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연등회


♣ 연등회의 역사

 - 신라 '간등'

  신라 경문왕 6년(866) 정월 15일과 진성여왕 4년(890) 정월 보름에 황룡사로 행차하여 연등(燃燈)을 보았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습니다. '등을 보았다'라는 의미의 간등(看燈)은 1000여 년 전에 이미 사찰에서 등을 밝혀 연등회를 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고려 '연등회'

 고려시대는 불교가 국교였던 시대였습니다. 태조가 남긴 <훈요십조>에는 팔관회와 함께 연등회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고 연등도감을 설치하고 연등위장을 제정할 정도로 국가적인 행사로 치렀습니다.
음력 정월 보름과 2월 보름에 국왕과 온 백성이 풍년을 기원하며 궁궐부터 시골까지 화려한 연등을 밝히고 잔치를 열고 가무를 즐겼습니다. 왕이 행차했다가 돌아오는 가두행진의 길 양 옆에는 이틀밤에 걸쳐 3만 개의 등불을 밝혀 불빛이 낮과 같이 밝았다고 합니다.
고려사에 따르면 의종 20년(1166)에 백선연이 사월초파일에 등을 밝혔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종 32년(1245) 사월 초파일에 최이가 연등회를 열어 밤새도록 기악과 연희를 벌였다고 합니다.

 

 - 조선 '호기놀이, 관등놀이'

 조선시대의 건국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 주관의 연등회는 중지되었으나 민간에서는 민속행사로 남아 세시풍속으로 전승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종이를 잘라 등대에 매달아 기를 만들어 들고 장안을 돌아다니며 쌀이나 돈을 구하여 등을 만드는 비용으로 쓰던 호기놀이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오며 성행하였고, 집집마다 장대를 높이 세우고 자녀의 수대로 등을 밝혔고, 거리 곳곳에 형형색색의 등을 달았습니다. 밤에는 장안의 남녀노소가 등을 들고 나와 돌아다니고 불꽃 바다를 이루어 그 장관을 구경하는 관등놀이가 성행하였습니다.
 남산의 잠두봉에 올라가 연등을 내려다보는 것을 1년 중 가장 큰 구경거리로 여겼으며 운종가 관등은 서울의 열 가지 경치, 즉 경도십영 중의 하나로 유명하였습니다.

 

 - 근대 '시대적 흐름의 연등 풍습'

 매일신보(1915, 1917년)에 따르면, 다양한 강연회, 음악회 등 현대적인 문화행사의 형식으로 초파일 행사가 개최되었다는 보도로 보아, 시대에 따라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초파일이 다가오면 갖가지 연등용 등을 만들어 종로 네 거리에 등시(燈市)가 섰다는 기사로 보아, 민간의 풍습은 이어졌습니다.
해방 이후 연등행사 외에 법요의식, 강연회, 음악회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루어졌으며 한국전쟁 이후 연등행사는 전국 각처와 사찰에서 활발하게 계승되어 왔습니다.

 

 - 현대 '연등행렬, 연등회 연등축제'

해방 이후 초파일을 세존강탄경축회에서 주관하여 자주독립을 기원하고자 탑골공원에서 초파일 건국재를 거행하였습니다. 1955년 조계사 부근에서 제등행렬을 한 것이 현대 연등행사 시작이 되었으며, 1975년 사월 초파일이 국가 공휴일로 제정되어 더욱 많은 인원이 연등행사에 참여를 하였고, 1976년부터는 여의도광장에서 조계사(종로)까지 이르는 연등행렬을 하였습니다.
1996년부터는 동대문운동장-조계사에 이르는 연등행렬을 비롯하여 전통문화마당, 어울림마당(연등법회), 회향한마당(대동한마당) 등으로 진행되어 고려나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국민축제로 전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1,200여 년 오랜 역사와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전승하고 있는 연등회는 무형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4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자발적인 공동체의 가치와 개개인의 창의성이 담긴 세대전승,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 · 배려 · 평등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20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습니다.

 

 - 오늘날 '시민의 문화축제'

 시민의 축제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졌습니다. 동자승과 부처님 캐릭터 개발과 보급으로 친근함을 주었고 거리문화축제(전통문화마당)와 회향한마당 등을 통해 참여와 호응을 높이고 시민들, 외국인들이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로서 축제를 즐기도록 마련해 주었습니다.


♣ 연등회 일정안내

▶ 전통등 전시회 - 천년의 향기를 피워낸 전통등

 - 일시 : 4월 16일 (수) ~ 5월 6일 (화)

 - 장소 : 광화문광장, 서울공예박물관, 조계사, 봉은사, 청계천

 

▶ 어울림마당 (연등법회/ 연희누리) - 함성과 감동의 한마당

 - 일시 : 4월 26일 (토) 오후 4시 30분 ~ 6시

 - 장소 : 동국대학교 대운동장

 

▶ 연등행렬 - 어우러져 흐르는 장엄한 등 물결

 - 일시 : 4월 26일 (토) 오후 7시 ~ 9시 30분

 - 장소 : 흥인지문 → 종로 → 조계사

 

서울 도심을 수놓는 수천 개의 빛, 그 환상적인 행렬로 연등회에서 가장 화려하고 감동적인 순간은 단연 연등행렬입니다.
동대문부터 종각까지 약 2.5km의 도심 도로를 따라 불자,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각양각색의 등불을 들고 걷는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용, 코끼리, 연꽃, 부처님, 사천왕 등 형형색색의 등불 조형물은 정말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 볼거리 포인트

 - 대형 연등조형물 : 불교 상징물, 동물 등

 - 각 종단의 의상 퍼레이드

 - 연등 머리띠, 종이 등불 들고 참여 가능합니다.

 

★ 촬영 팁

 - 오후 6시 반쯤 종묘 앞 사거리 또는 종각역 4번 출구 부근에서 대기

 - 야간 모드 + 저속셔터로 등불의 흔들림을 감성적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 대동한마당 (회향한마당) - 밤하늘에 쏟아지는 꽃비

 - 일시 : 4월 26일 (토) 오후 9시 30분 ~ 11시

 - 장소 : 종각사거리

마무리 또한 빛나는 축제의 클라이맥스로 ‘회향’은 불교 용어로 ‘공덕을 다른 이에게 돌린다’는 의미입니다.
종각 앞마당에서 연등놀이와 함께 마지막 대동놀이가 펼쳐지며 마무리됩니다. 여운이 짙은 폐막 프로그램이라 연등행렬보다 조용하지만 의미 있고 감성 가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주요 프로그램

 - 합창 공연, 전통춤, 무대 퍼포먼스

 - 연등 나눔, 종이등 날리기, 소원지 불사르기

 - 대동놀이 : 관람색 모두 함께 손잡고 빙빙 도는 마무리

 

▶ 전통문화마당 -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 축제

 - 일시 : 4월 27일 (일) 오전 11시 ~ 오후 7시

 - 장소 : 조계사 앞길

 

한복 입고, 연등 만들고, 마음을 비우는 전통 체험의 시간으로 연등행렬이 시각적인 축제라면, 전통문화마당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입니다.
조계사와 주변 도로(우정국로 일대)가 전통놀이, 예술, 명상, 음식, 한복체험 등으로 가득한 불교문화 체험 거리로 변신합니다.

 

★ 주요 체험 부스

 - 나만의 연등 만들기

 - 스님과의 차담

 - 전통 사경 체험 (불경 필사)

 - 사찰 음식 시식하기

 - 탑돌이 체험 및 소원지 작성 등

 

★ 무대 공연

 - 전통 불교음악, 사물놀이, 승무, 타악 퍼포먼스 등

 - 외국인 공연팀 참여도 많아 국제적인 분위기입니다.

 

★ 사진 포인트

 - 우정국로 등에 설치된 대형 등 조형물 아래서 촬영

 - 조계사 앞 연등터널

 

▶ 공연마당 - 천년 백희 잡기의 전통을 잇는 공연

 - 일시 : 4월 27일 (일) 오후 12시  ~ 오후 6시

 - 장소 : 조계사 앞길 (공평무대)

 

▶ 연등놀이 - 화려한 춤과 신나는 율동의 잔치

 - 일시 : 4월 27일 (일) 오후 7시  ~ 오후 9시

 - 장소 : 인사동 → 조계사 앞길 (공평무대)

 

▶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 - 부처님 탄신을 기리는 행사

 - 일시 : 4월 5일 (월) 오전 10시  

 - 장소 : 조계사 및 전국의 사찰

 

이 날은 진정한 불교의 정신적 중심의식이 펼쳐지는 날입니다.
전국 스님들과 불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촛불, 연등, 꽃공양과 함께 부처님 탄신을 기리는 법요식이 엄숙하고 장엄하게 진행됩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조용히 연등 아래 서서 기도하거나, 소원을 적는 종이 등에 마음을 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따뜻한 울림을 줍니다.


연등회, 왜 가야 할까?

 -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전통문화 축제

 - 도심에서 열리는 세계적 규모의 퍼레이드

 - 사진 맛집! 인생샷 건지기 좋은 야경 포인트

 - 불교문화 체험부터 전통놀이, 그리고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외국인 관광객과 소통하는 국제 문화 교류의 장입니다.


꿀팁 정리

 - 연등 행렬 날엔 종로에 교통통제가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연등 머리띠, 소형 연등 등은 기념품 부스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 따뜻한 오차림 추천 (야간에는 바람이 불어 쌀쌀합니다.)

 - 조계사 일대엔 사찰음식 전문점, 전통 찻집이 많으니 함께 둘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마무리

연등회는 단지 연등을 보는 축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 등불을 다시 밝혀보는 시간입니다.

시끌벅적한 도심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연등 하나를 바라보는 그 순간. 마음이 고요해지고, 어떤 바람이든 따뜻하게 담아낼 수 있는 여유가 찾아옵니다.

2025 서울 연등회,

당신의 봄밤에 따뜻한 빛이 되어줄 준비를 마쳤습니다.
올해는 꼭, 연등 아래서 소원을 빌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